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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벼슬

옛날 궁궐에는 왕이나 왕자 이외의 남성은 기거할 수 없었으므로 남성을 상실한 사람을 뽑아 궁안의 모든 일을 돌보게 하였으니 그들이 내시다. 내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절대 권력자인 왕의 측근으로 있으면서 때로는 정사에 깊숙히 개입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특수한 신분이었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어린 자식을 거세하여 궁중에 들여보내는 일도 있었다 한다. 약삭빠른 장사치들은 어리숙한 거세 희망자에게 거세를 하여주고 적출한 것을 말려 보관했다가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경우가 생겨 다시 찾아오면 엄청난 값을 받고 되팔았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다. 또한 거세하지 않고 내시 생활을 하다가 들통나서 처형당한 일도 있었다.

 

환관은 궁중에서 잡일을 담당하는 자인데, 생리적으로 고자인 자들을 통칭하던 말이다. 하지만 내시는 관직명이다. 전근대적 사회에서는 벼슬에 나아가야 통치계층에 속하였기 때문에 신분적으로 내시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그래서 내시 벼슬을 얻기 위해서 거세까지 감수하며 그렇게 혈안이 되었던 모양이다.

 

관직이나 벼슬이 단어적으로 닭과 관련있음이 퍽 흥미롭다. 벼슬이란 닭이나 꿩같은 조류의 이마 위에 달린 살조각이다. 흔히 말할 때는 벼슬이라 하고 적을 때는 볏이라고 한다.

 

닭의 볏 모양은 관리들이 관을 쓴 모습과 유사하다 하여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의 그림을 걸어 두었다. 닭의 볏 모습과 비슷한 맨드라미도 함께 그려졌다.

 

하지만 오늘날 닭은 볏보다는 닭고기와 달걀같은 상품의 의미가 더 강하다. 닭고기의 최대생산공장 하림이 바로 우리 고장 전북에 있다. 을유년 닭의 해가 우리 도민들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 해의 재앙이 사라진다'는 덕담을 던져본다. 어찌된 일인지 지난해에는 도내 현안사업중 시원스럽게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던 답답한 해였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마저 없었으니 더욱 더 우울했었다. 올해엔 전북이 복 좀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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