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끝에서 두번째이자 양력 새해들어 첫번째 절기인 소한(小寒)이다. 연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와 절기 뜻풀이로만 보아서는 겨울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나 대한보다 소한이 훨씬 더 춥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시기도 이 때가 절정을 이룬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24절기가 실제 기후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은, 중국 주(주)왕조가 득세할 때 화북(華北)지방의 기상상태를 기준으로 절기 이름을 붙여놓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어쨌거나 소중한 절기중에서 가장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 가라도 한다’‘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대한이 소한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어느 해고 소한은 꼭 이름값을 했다.
장독대에서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때 쯤이요, 술에 취해 밤길 걷다가 동사하는 것도 소한 추위가 엄습해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소한 추위가 닥치면 칼바람을 피해 꿈쩍않고 집안에 눌러 앉아 난리 피하듯 추위를 피하며 살았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31.2%가 증가한 2천5백42억2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2백97억5천만달러를 올려 전년보다 두배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이 수치대로라면 호황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그럭저럭 먹고는 살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돈방석을 깔로 앉은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10.4%가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빈곤층으로 분류돼 있다. 당연히 노숙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환란사태 이후 2001년을 고비로 감소세를 보이던 노숙자 수가 작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중 상당수는 오랜 노숙생활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자력갱생이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시민단체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한해에 거리에서 죽어가는 노숙자 수는 무려 3백50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빈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회불평등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 소한 추위에는 또 몇이나 희생될지 가슴이 답답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