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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탄식

중국 주나라때 왕족이었던 기자가 망명지에서 왕의 부름을 받고 도읍으로 가던 도중 은나라의 옛 도읍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번화하던 옛 모습은 간데 없고 궁궐터엔 보리와 기장만이 무성했다. 슬픈 감정이 든 기자는 시 한 수를 읊었다. '보리 이삭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벼와 기장도 윤기가 흐르는구나/ 교활한 저 철부지가/ 내 말을 듣지 않았음이 슬프구나' 망국의 설움을 읊는 맥수지탄이 나온 이야기다. 깊은 탄식을 표현하는 사자성어중 하나이다.

 

기회를 놓치고 일이 지나간 뒤에 때늦은 탄식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로 우리가 잘 아는 만시지탄 또는 후시지탄이란 단어가 있다.

 

비슷한 말로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의 사후약방문이나 죽은 뒤 청심환 찾는다는 사후청심환이란 말이 있다. 또한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망양보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우치구 등도 같은 뜻이다. 우리말 속담 '늦은 밥 먹고 파장간다', '단솥에 물붓기'도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장이 끝난 뒤에 가 보았자 소용없고,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보았자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말이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효도할 기회가 없음을 한탄하는 풍수지탄이란 말도 있다. 역시 기회를 놓친 탄식을 의미한다. 자기로 말미암아 남에게 해가 미치게 됨을 탄식을 유아지탄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허벅지의 살이 찐 것을 보고 한탄한다는 뜻으로 비육지탄이 있는데 이는 이룩한 것도 없고 뜻을 펼치지도 못한 채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다.

 

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한다는 뜻의 망양지탄은 다른 사람의 원대함에 감탄하고, 나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이다. 결국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 내뱉는 탄식이다.

 

최근 한일협정 문서가 일부 공개되면서 탄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내용을 보아하니 울음 섞인 소리로 나라의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다. 넋두리라도 해야할 판이다. 한탄과 탄식의 충격에서 벗어나는데는 넋두리도 하나의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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