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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깃발의 상징성

미국 엘에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성조기이다. 물론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어느 나라인들 없을까 보냐마는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싶다.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기관인 관공서는 물론이고 일반 상점들에서도 성조기는 자주 볼수 있는 깃발이다. 신품 자동차를 수백 대 질열해 놓고 파는 자동차 판매상에서부터 조그만 음식점이나 가구점 등에도 성조기는 걸려 있다.

 

이런 미국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깃발의 상징성을 떠올리게 된다. 깃발은 음악과 더불어서 선동성이 아주 강하다. 음악은 청각적인 자극을 통해서 군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소리의 특성상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는 수단이 음악이라면 깃발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 넘는다. 먼 거리에서도 깃발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런 깃발의 특성은 군중의 일체감을 끌어내는 아주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대에서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표현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깃발의 또 다른 특성은 단순성에 있다. 특정 색깔과 단순한 상징물만으로도 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을 설득시키는 데는 논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논리적 설득보다 강렬한 상징성이 훨씬 설득력을 강하게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사회에서 즐겨 게양하는 국기의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미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다. 문화적 배경이 각기 다른 민족들이 뭉쳐서 하나의 연합체를 형성한 나라에 속한다. 소비에트 연방으로 불리던 소련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소련은 결국 이 연합체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고 러시아와 다른 여러 민족국가로 갈라져 나갔다. 그 러시아에서 국기를 그토록 열심히 내 건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미국과 소련의 차이 중 하나는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라고 할 만도 하다.

 

어울리지 않게 큰 성조기를 내건 가구점을 바로 보면서 문득 영화 “깊고 푸른 밤”이 생각났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백호빈(안성기 분)은 제인(장미희 분)과 위장결혼을 하지만 이민국 직원에게 들통이 난다, 미리 연습해 둔 미국 국가를 열창하면서 이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장면은 성조기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연상하게 한다.

 

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미국인들이 국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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