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6:08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소나무재선충

소나무처럼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무는 없다. 우리의 선조들은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소나무와 함께 살았다. 솔가지를 꽂은 금줄로 새 생명의 탄생을 이웃에 알렸고, 죽을 때는 관재(棺材)로 소나무를 이용했다.

 

궁궐이나 서민들의 집을 짓는 목재도 소나무 였고, 솔잎이나 송진은 물론 말라죽은 솔가지는 땔감으로 썼다. 송화가루로는 과자를 만들어 먹었고, 송순으로는 술을 빚었다.

 

선비들도 거처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함께 심어 그 절개와 충절및 기상을 사시사철 즐겼다.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대나무같이 곧은 졸개를 뜻하는 송죽지절(松竹之節)은 바로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강인한 생명력까지 곁들여 소나무를 우리의 민족수(民族樹)라고 부르는 것이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소나무도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소나무가 천연기념물 제 103호인 충북 보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이다. 1464년 세조가 이곳을 행차할때 어가가 가지에 걸리자 나무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가마를 지나가게 했고 이에 감탄한 세조가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때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이 땅의 소나무숲은 솔잎혹파리를 비롯한 해충및 산불과 수종갱신등으로 현재는 39%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사이 소나무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나무숲이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선충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병해충보다 소나무에 치명적이다. 길이 1mm 남짓한 이 재선충은 소나무 조직속에서 급격하게 증식해 수액의 통로를 막고 독소를 분비하는데 일단 이 과정이 시작된 소나무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때 전국을 휩쓸었던 솔잎혹파리에 의한 고사율이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소나무 에이즈’라는 말도 과장이 아닐 정도이다.

 

지난 1988년 부산 동래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이 그뒤 10여년동안 그리 빠르게 번지지 않다가 2001년부터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에 경북포항까지 북상해 산림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방제특별법을 제정하고 50만원의 신고보상금까지 지급할 정도로 확산을 막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자칫 우리의 푸른 국토를 완전 황폐화시킬 우려가 높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