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을 딴 사람들은 농반진반으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떨어진 사람을 보고 그것도 시험이냐고 핀잔을 준다. 대체로 상식적인 문제에다 구조학 몇개만 알고 가면 붙기보다 떨어지기가 더 어려운 것을 얼마나 우둔하면 그런 시험에 실패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면허 필기시험이 쉽다고 가볍게 여겼다가는 영락없이 미역국을 먹고 우세를 떨게 된다. 머리 좀 있다고 대충 문제집이나 한번 훑어보고 가면 연필만 굴리다가 종치기 십상이다.
어떤 시험이 됐건 시험이라면 모두 긴장을 하고 대비를 하는 것이 통례인데 운전면허 필기시험만은 예외인 것 같다. 시험공부를 하려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가도 밥이나 먹고 해야지, 배 부르니 좀 쉬었다가…, 지금 보는 TV프로만 보고…, 밤새워서 하면되지, 에이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다가는 말짱 책 한번 펴보지 못하고 출근을 하게 된다. 가끔 시험이라면 내노라 하는 고시합격생들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낙방하는 것을 보면 대개가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떨어지는 또 한 부류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자연주의학파들이다. 머리띠를 싸매고 밤새워 끙끙대도 내용은 알수 없고 글자만 보이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딱한 사람도 있다. 아예 글자를 모르는 문맹자들이 그들이다. 다행히 지난 2000년부터 이들을 위해 운전면허 구술시험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공부를 할 수가 없으니 주의의 도움이 없이는 언감생심이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70대 문맹 노인이 운전면허 필기시험 도전 2백72번만에 합격을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다. 경북 영주시에 사는 서상목(70) 할아버지가 대구와 경북·강원 등지의 면허시험장을 오가며 5년동안 2백72회의 시험을 치른 끝에 지난달 12일 합격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 기사는 로이터통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 되기도 했다. 충분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일이다.
경찰청이 8월부터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안전운전을 위한 상식위주로 쉽게 출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차량점검기술과 같은 전문지식을 묻는 문제는 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번 동감한다. TV를 보는 사람이 사용방법만 익히면 됐지 수리기술까지 배워서 뭐하겠는가. 이제 우리도 ‘합격요령’만 가르치는 면허시험제를 탈피하고 미국처럼 ‘안전습관’을 익히는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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