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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싸가지

우리는 흔히 뒤에서 실속만을 챙기는 사람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몫만을 챙기는 사람을 보면 뒤에서 호박씨를 깐다고 말을 한다.

 

원래 한끼의 양식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가난한 선비의 아내가 쭉정이 호박씨 하나를 까먹다가 선비 남편한테 들켜서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함께 껴안고 눈물흘렸다는 슬픈 이야기에서 연유되었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내용이 변질되어 부정적인 의미만 남게된 말이 바로 '호박씨 깐다'는 말이다. 남이야 어떻든 간에 자기몫만을 챙기고 자기이익만을 뒤에서 챙기는 사람을 빗대어 뒤에서 호박씨 깐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즉, 남몰래 엉큼한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전남지역에 무슨 프로젝트다해서 엄청난 개발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다가 뭔가 잘못되어 비난을 받고 있다. 드러난 엄청난 규모의 개발계획을 보면서 전북인으로서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부진한 새만금 사업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환경문제나 소송이다 하여 씨끄러운 판속에 정부나 전남은 그야말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전라도 사투리로 이야기해서 모두가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고소한 맛의 호박씨를 남몰래 뒤에서 혼자 까먹다가 들킨 셈이다. 겉으로는 한 뱃속인척 하면서 엉큼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같은 전라도라지만 겉다르고 속다른 것 같다.

 

'싸가지 없다'는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형편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는 그 형편없는 말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그 사람의 앞날 역시 형편없으리라는 뜻이 담겼을 터이지만, 근자에는 장래에 대한 부정적 징조보다는 단순히 눈앞에 벌어지는 행태가 형편없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아무리 자기가 사는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지만 기본적인 예의와 신의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부모된 입장에서 내 자식이 어디 가서 결코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바로 '싸가지 없는 놈'이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나 프로젝트도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굵직한 전북출신 여당 정치인이 많으면 무엇하나. 전북인이 슬퍼지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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