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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대우신화의 김우중

멀지않은 과거 한때 한국 재계서열 2위자리까지 올랐던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해외 도피 생활 5년8개월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어제 귀국했다. 옛날 영화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초췌한 모습으로 입국, 곧장 대검청사로 압송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잠시 허탈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대우 신화를 창조하며 세계를 누비던 그가, 일국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한시절 대권까지 넘보던 그가 저렇게 추락할 수도 있을까 만감이 교차했던 것이다.

 

1936년 대구에서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전 회장은 경기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67년 자본금 5백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트리코트 원단 수출의 귀재로 불리던 그는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며 재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70년대 들어서는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발빠르게 편승하면서 무역 일변도의 경영에서 중공업분야로 급속히 사세를 넓혀나갔다. 90년대에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평소 신념대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 ‘세계경영’에 뛰어들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국내외를 질주하던 그는 마침내 41개 계열사에 3백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린 한국 대기업 총수 두번째 자리에 등극을 했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없을 것 같던 그에게도 비운이 찾아왔다. 팽창경영에 몰두해 있던 그에게 국가환란사태가 들이닥친 것이다.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노무라증권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대우채 환매사태가 터졌고, 결국 99년 11월1일 김 전 회장과 12개 계열사 사장단은 동반퇴진을 했다. 32년 대우신화가 막을 내린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지금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9조2천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혐의와 영국내 대우그룹 비밀 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2백억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를 해봐야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실패한 경영자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시대에 정면으로 도전한 진정한 기업가였다는 평가와 외환위기의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이 있는가 하면, ‘세계경영은 빛좋은 개살구’ ‘준사기꾼’ ‘정경유착의 달인’이라는 혹독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인간 김우중’과 ‘재벌 김우중’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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