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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장마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달갑잖은 단골손님이 있다. 하지만 (夏至:6월22일경) 무렵에 시작하여 약 한달 동안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뿌려대는 장마가 그 불청객이다. 장마는 많은 양의 비를 몰고다니기 때문에 임우(霖雨) 적우(積雨) 구우(久雨)라고도 한다. 특히 근래에는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국지성 집중호우를 퍼붓는 경우가 많아 만만하게 봤다가는 대재앙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기상관측도 설립된 이래 1일 최다 강우량을 기록한 곳은 충북 제천(堤川)지방이다. 1988년 7월20일, 시간당 55.5mm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하루 동안 무려 2백76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하늘이 뚫린 듯, 동이로 퍼붓듯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온종일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은 혹시 말세가 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때 내린 비는 사망·실종 33명, 이재민 3천9백72명, 재산피해 7백29억여원의 막대한 재해를 입혔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뒤 하천에 나가 물구경을 해본 사람은 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실감할 수가 있다. 흙탕물이 뒤집히면서 성난 파도처럼 소용돌이를 치는 물결 속에는 호박도 있고 돼지도 있고 평상도 있다. 어떤 때는 집채만한 소가 떠내려 오기도 하고 부서진 건축물 잔해가 떠내려 오기도 한다. 그야말로 세상 모든 것을 쓸어버릴 기세다.

 

한때 노태우 전 대통령을 ‘물 대통령’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독재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대통령은 전권을 휘두르는 것으로만 알다가 6.29선언으로 탄생한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명분으로 최대한 간섭을 줄이자 붙여준 별명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 있겠으나 노 전 대통령은 물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그릇이 큰대통령이라 다르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그가 왜 물 대통령이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또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속담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지만 소홀히 다뤘다가는 대재앙을 불러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장마도 세태따라 변하는지 비를 몰고왔다 하면 1백mm 이상 쏟아붓는 ‘화끈한 장마’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늘탓 하기전에 자기 주변부터 꼼꼼히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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