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6:1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명명법(命名法)

실존하는 사물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따진다면 성격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담이 생물에 이름을 지어 붙였다는 기록이 성경 창세기에 나온다. 실존했던 인물 중에서는 식물학의 시조이며 생물분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카를로스 린네(1707∼1778)가 생물에 이름을 붙이는 분야에서 대가로 꼽힌다.

 

전에도 있었던 사물이야 따로 이름을 만들 필요 없이 이미 붙여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사물이라면 이름을 붙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인 김춘수는 ‘꽃’ 이란 시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굳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알게 모르게 일상이 된지 오래다. 다만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질서가 문제일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규칙을 우리는 ‘명명법(命名法)’이라 부른다. 유기화합물 명명법, 시약 명명법, 장비 명명법, 화합물 명명법, cfc 명명법, 바이러스 명명법, 탄소화합물 명명법, 화학식 명명법 등 분야에 따른 명명법이 있다.

 

자연과학 분야 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명명법은 존재한다. 등장인물의 신체적 특징을 근거로 한 ‘혹부리 할아버지’같은 인상적 명명법, 작품 ‘감자’에 나오는 복녀처럼 실제 운명과 정반대의 명칭을 붙인 반어적 명명법, ‘백치 아다다’처럼 의성에 의한 명명법, ‘김 강사와 T 교수’에 나오는 김 강사처럼 사실주의적인 명명법 그리고 수일, 중배처럼 등장인물의 성격을 암시하는 명명법 등이 그것이다.

 

우리 민속을 들춰보면 이 명명법은 더 흥미롭다. 아이의 태어남과 양육을 맡은 신이라고 여긴 삼신 할머니의 시샘을 피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이름 즉 아명(兒名)은 예사롭게 짓는 것이 보통이었다.

 

엊그제 ‘내 이름 김삼순’이라는 연속극이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50%을 웃돌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런데 ‘삼순’은 참 평범한 이름이다. 셋째 딸이어서 붙인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름으로도 세인의 관심을 그토록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