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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짜 카메라

세상은 요지경/요지경 속이다/잘 난 사람은 잘 난대로 살고/못 난 사람은 못 난대로 산다/야이 야이 야들아/내 말 좀 들어라/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짜가가 판친다.

 

가짜가 득실거리는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 누군가 해학적으로 만들어 퍼뜨린 구전가요 ‘세상은 요지경’의 첫 대목이다. 이 노래가사가 언제부터 민간에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지금보다 훨씬 순박했던 시절에 ‘가짜가 판친다’는 노랫말이 만들어진 것을 보면, 가짜는 아마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짜는 진짜를 흉내내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태어난다. 대부분 상대적 약자들이 자신의 빗나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은밀히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으나 가끔은 강자들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쨋거나 가짜는 진짜를 위장해 속인다는 점에서 일단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가짜가 가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 모든 가짜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며, 선의의 거짓말처럼 의도가 불순하지 않은 가짜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여성들의 경우가 좋은 예다.

 

또 가짜라서 진짜보다 더 정감이 들고 재미있는 것도 있다. 밤무대에 서는 이미테이션 가수들이나 성대묘사에 능한 연예인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진짜라고 속이지 않고 가짜라고 당당히 자수를 한 후에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가짜이기 때문에 진짜보다 더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역설적인 경우다.

 

뿐만아니다. 영화나 광고에서도 종종 가짜들을 발견하게 된다. 가상의 영역을 현실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도록 기술을 부렸다 해서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청이 전국 수요 도로에 설치돼 있는 가짜 교통단속 카메라를 모두 철거키로 했다고 한다.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을 속이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찬반 양론이 있겠으나 가짜 카메라가 교통사고 예방에 유용하게 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철거하는 것이 능사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진짜 자기반성부터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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