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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고이즈미의 쇼

한국에서는 고이즈미가 믿지 못할 강경우파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개혁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고이즈미는 개혁이슈를 선점함으로서 다른 이슈는 전혀 국민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 결과 자민당은 중의원의 과반수 의석을 크게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하면 중의원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중의원의 3분의2를 확보했다는 것은 국회에서 개헌발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고이즈미가 강경우파 정권인 부쉬대통령의 미국에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평등한 세계질서를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갈등을 벌여왔는데 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강대국과 손잡고 일본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선거는 고이즈미의 쇼가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일본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자민당이 조그만 이슈에 불과한 우정공사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마치 가장 개혁적인 정당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정공사 민영화가 마치 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국민들을 설득하였고 이에 따라 민영화에 찬성했는가 반대했는가가 선거결과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우정공사 민영화를 최대의 이슈로 만들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영화를 반대한 거물들이 출전한 곳에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으나 정치력이 일천한 여성들을 대거 공천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우정공사 민영화에 묶어 두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이제까지 대체로 야당을 찍던 무당파들이 대거 자민당을 찍어 자민당이 압승하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하였다.

 

정당 리더의 현란한 쇼는 정당의 지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TV를 통한 이미지 정치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슈를 깊이 점검하여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다. 이슈들이 너무 복잡하고 다층적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핵심사항에 대한 단순명쾌한 흑백논리가 더 잘 먹혀드는 경우가 많다. 고이즈미는 우정공사 민영화를 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잣대로 국민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이분법적 쇼로 이슈를 먼저 선점하고 모든 관심을 이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정당은 문제제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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