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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직행버스 유감

추석연휴 마지막인 지난 월요일 오후에 포항 가는 직행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새해 벽두에 포항 갈 일이 있었는데 차표를 사 놓고도 차를 못 타 그 다음차를 두시간이나 기다렸다 탄 경험이 있어서 아침 이른 시각에 먼저 차표부터 예매했다. 사흘 전 포항에서 올때는 차표에 지정 좌석이 표시되어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이 전주를 왔던터라 혹시나 전주에서 출발하는 직행버스도 지정 좌석을 표시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예매를 하면서 일없이 무너졌다. 차표에 좌석을 표시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지정 좌석 문제를 꺼냈더니 차표를 끊어 주는 아가씨말이 걸작이다. 직행버스는 ‘원래’지정좌석이 없단다.

 

‘원래’없는 거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을 보고 아가씨가 참 무심하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포항에선 지정 좌석이 표시된 차표를 팔더라는 말을 건넸더니 말을 바꿔 ‘전주는’그렇단다. 정말 책임감이 없어 보였다.

 

차표는 좌석 수와 관계 없이 달라는 대로 팔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날인건 추석이건 가릴 것도 없이 말이다. 덕분에 한 시간 일찍 직행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줄부터 섰다. 하지만 승객들끼리 선 줄이야 그저 승객들끼리의 도덕적 규범에 지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배차 관련 일을 하는 아저씨가 오더니 28명밖에 탈 수 없다는 말을 건넨다. 이미 줄을 길게 늘어섰는데 말이다. 아저씨에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먼저 차를 탈 수 있도록 질서유지를 부탁하자 자기는 못할 일이란다.

 

차표에 번호를 써 주면 될 것 아니냐는 대안을 제시했더니 당신이 그렇게 하란다. 덕분에 난생 처음 버스 승객에서 버스회사에서 위임받은 자원봉사로 변신해서 열심히 차표에 번호를 써 주는 일도 해 보았다. 그리 했지만 버스 문이 열리자 무질서해지는 승객들, 그래도 차표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며 질서를 유지하려는 또다른 아저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월말이면 은행 창구가 초만원이었던 옛날이 생각난다. 정말 무질서해서 우리 국민성을 탓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번호표를 나누어주면서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직행버스라고 예외일까. 명절때만이라도 지정좌석제로 운행한다면 승객들이 한결 편하게 여행한다는 것을 버스회사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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