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2학기 수시모집으로 분주한 모양이다. 하기는 도내 대학의 입학정원이 도내 고졸 인원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마당에 바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뒷일이야 어찌되었건 우선 입학정원을 채워야 하는 형편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입학생의 숫자에 따라 운용 가능한 재원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 해도 한 번 곱씹어 봐야할 일이 있다. 대학의 본래 목적이 인재양성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인재양성도 사회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혹자는 시장의 논리에 따른 자체조절기능을 거론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장논리는 그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졸 출신 미취업자를 기준으로 산출한 사회적 비용이 20조 원이 넘는다는 자료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시되었다. 이는 2년제 및 4년제 대학 졸업 비용을 6700만∼1억2000만 원으로 기준해서 산출된 금액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 사회가 20조원을 들여서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석사학위자가 청소직 공무원에 취업원서를 냈다거나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웨이터로 일한다는 등의 사례는 이제 신문에 날 일도 아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해서 택시를 운전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곤 했지만 그동안 남의 나라 이야기 정도로 치부해 버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졸 인력이 취업을 위해서 눈높이를 낮추는 현상은 이제 그 한계가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미취업자의 학력과잉현상은 개인의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정확해서도 안 되겠지만 인력수급의 문제를 마냥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도 정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한 행위는 마치 화장실에 비상구 표지판을 달아놓은 격이다. 어차피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을 예측하면서도 대학을 마구잡이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대학들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덕분에 몸집을 줄이고 효율적인 학사운영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태도를 보노라면 때리는 시어미보다 더 밉다는 시누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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