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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초고령 사회

머지않은 과거, 국민 대다수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 때는 괜찮았다.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은 물론 하찮은 음식까지 ‘어른 먼저’가 불문률처럼 지켜지던터라 비록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더라도 노인의 권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와 생각하면 ‘노인 독재’가 좀 과했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급격한 산업화과정을 겪으면서 노인의 권위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능력과 효율 중심으로 이뤄지고, 경쟁이데올로기가 최고의 선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노인들이 점점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물밀듯이 밀려온 자본주의 사상은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와 핵가족 문화를 불러오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은 미아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정의 무관심과 사회의 냉대 속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노인들은 이제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기력 조차 잃어가고 있다. 가정에서는 어른으로, 사회에서는 원로로 대접받아야 할 그들이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어 덧없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8할이 ‘준비않된 노후’를 맞고 있다니 그들이 얼마나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정부가 그나마 노인문제에 관심이 보인 것은 지난 1982년에 제정, 공포한 ‘노인 헌장’을 통해서다.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시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여…(중략)…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들이다”로 시작한 전문과 5개항의 선언문으로 된 이 노인헌장은 구구절절이 경로효친사상이 배어있다. 그러나 모든 헌장이 그렇듯이 노인헌장도 선언 그 자체의 의미가 있을 뿐, 그런 헌장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노인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우리나라 35개 군지역이 벌써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야 초고령사회라는 명패를 달게 되는 것이니, 모두가 환영해 마지 않아야 할 일이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대책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욕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만 깨우친다면 길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닐텐데 코앞의 이익에만 얽매어 ‘내일의 나’를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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