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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골학교 통폐합

‘둥둥 북소리에 만국기가 오르면 온 마을엔 인화(人花)가 핀다.연신 터지는 출발 신호에 땅이 흔들린다.차일친 골목엔 자잘한 웃음이 퍼지고 아이들은 쏟아지는 과일에 떡타령도 잊었다….’ 이성교 시인이 쓴 ‘가을 운동회’의 일부다.어린시절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운동회의 추억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시골학교 운동회는 학교나 학생들만의 연례행사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잔치였다.어머니들은 밤늦도록 김밥등 다음날 운동회에 가지고 갈 음식을 장만했다.운동회날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할머니 할아버지들 까지 모처럼 학교에 나들이해 손자의 달리는 모습과 재롱을 구경했다.운동장 한켠에서는 어김없이 흥겨운 술자리가 벌어지기 마련이었다.소풍이나 학예회등 학교의 다른 행사때도 주민들의 참여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시골학교는 단순한 배움터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마을 공동체의 문화공간이자 정신적 구심체로서 기능했다.동시에 주민들이 학교에 쏟는 애정도 각별했다.자녀 교육을 위해 학교터를 기증하고,등짐을 져가며 건축공사를 도왔고,쌈짓돈을 털어 비품등을 마련했기 때문에 더욱 아끼고 보살폈다.

 

정부가 내년부터 학생수 100명 이하인 농어촌 초·중·고교 통폐합 추진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도내의 경우 전체 759개 학교중 학생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331개 학교로 41%에 이른다.초등학교의 경우는 427개 학교중 절반인 218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투자의 비효율과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점을 통폐합 이유로 들고 있다.시골학교가 지니고 있는 문화·정신적 기능은 완전히 무시된 셈이다.철저히 학생수라는 계량적 기준과 경제적 효율성 논리만을 내세운 단기간내 획일적 통폐합 추진은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지금 우리 농촌은 농업 경쟁력의 상실과 도농간 소득격차 심화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시골학교의 통폐합 강행 추진은 이농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데는 교육문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한 통폐합 강행보다는 시골학교 고유의 역할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위기의 농촌을 살리고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데 일조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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