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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고스톱과 방폐장

한국사람은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때 10명중 6명이 고스톱을 즐긴다는 설문 결과로 보아 결코 과장은 아닌듯 싶다. 노름방은 물론 초상집이나 잔치집, 계모임 등에서 으레 고스톱판이 벌어진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 고스톱이 인기다. 1999년 NHN의 한게임이 고스톱·포커 등을 온라인 버전으로 만들어 서비스를 한 후 회사나 학교 등에서 틈만나면 이를 즐기는 매니아들이 크게 늘었다.

 

원래 화투는 우리의 전통노름이 아니다. 19세기 초 일본에서 완성되어 19세기 말 대마도(對馬島) 상인을 통해 부산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화투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40년 이후다. 일본의 대륙침략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방식도 고스톱, 도리짓고땡, 민화투, 삼봉, 섰다, 육백 등 예닐곱가지나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고스톱, 일명 고도리다. 현재와 같은 고스톱은 1960년대 수입되었고 1980년대 급속도로 퍼졌다. 한때는 고스톱 망국론이 대두될 정도로 성행했다. 고스톱은 3점이 나면 그만(stop)할 수도 있고 계속(go) 할 수도 있다.

 

얼마전 끝난 방폐장 선정이 꼭 고스톱 노름과 흡사하다. 점잖은 비유가 아니긴 하나 부안사태 이후를 살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년 동안 7차례나 부지선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2년전 여름 방폐장 고스톱판을 벌였다. 이 게임에서 전북은 내리 2번 설사만 하고 말았다. 한번은 부안에서 그랬다. 맨 처음 유치신청을 낸 부안은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촛불집회와 고속도로 점거, 군수폭행 등이 이어졌고 구속자와 부상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부안군민의 희생위에 고준위와 중저준위가 분리되고 주민투표법이 마련되었다.

 

또 한번은 군산에서 그랬다. 정부는 공모를 했으나 지난해까지 신청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군산이 지난 연말 유치신청을 위해 불을 지피자 시큰둥하던 경북지역에도 유치운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결국 4곳이 붙어 부안과 군산이 싸 놓은 것을 경주가 싹쓸이해 버렸다. 거기에는 한수원 본사와 양성자가속기 등의 알짜도 포함돼 있다.

 

먼 훗날 방폐장 유치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북은 고스톱판에 끼었다 허탈감과 찬반세력간 갈등만 남은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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