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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어설픈 취재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신문중 하나다. 보도의 정확성과 심층성,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런 이 신문이 지난해 5월 사고(社告)를 통해 독자들에게 뼈아픈 사과를 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주디스 밀러(57) 기자의 오보(誤報) 때문이었다.

 

밀러는 28년간 NYT에 몸 담으며 미국 언론인이 부러워 하는 퓰리처상, 듀퐁상, 에미상을 수상한 탁월한 기자였다. 그녀는 2001년 9·11 테러 이전에 이미 알 카에다와 테러조직에 관한 심층 보도로 각광을 받았다. 9·11 이후에는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내에 대량살상무기(WMD)를 제조해서 은닉해 두고 있다는 특종을 터뜨렸다. 다른 언론들은 이같은 특종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는 이라크 민족회의(INC)라는 망명조직이 던진 미끼였다. 마침 이라크를 공격할 명분을 찾던 부시 대통령은 밀러의 기사가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다. 부시는 이를 빌미로 이라크전쟁을 시작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후 이라크를 샅샅이 뒤졌으나 핵무기나 화학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밀러의 특종은 하나도 입증되지 않았다. 당연히 NYT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NYT는 28건에 달하는 밀러의 이라크 기사를 조사했고 어떤 부분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를 밝히고 사과했다. 그녀 역시 사임하고 말았다. 그녀는 전쟁에 목 말라 있던 부시정권과 네오콘, 그리고 이와 연계된 이라크 망명조직의 정교한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한 셈이다.

 

최근 MBC PD수첩팀의 황우석 교수 관련 보도도 이와 유사한 점이 없지 않다. 이번 취재는 황교수팀의 내부제보에 의해 비롯되었다. 제작진은 이를 믿고 연구원의 난자제공 의혹과 연구결과의 진위여부에 대한 취재에 돌입했다. 그러나 취재원에 대한 지나친 강압 등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암초에 걸리고 말았다. 진위여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시청자들의 엄청난 저항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취재팀도 대기발령이 났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줄기세포 연구가 차질을 빚고 한국 과학계의 신뢰가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보자가 악의를 가진 배신자인지 용기있는 의인(義人)인지 아직 알수는 없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어설픈 취재가 진실과 국익을 해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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