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2:4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언어 학습의 균형

절대가치로만 따지면 논쟁할 필요가 없다. 있어서 쓸 데 없는 것이 오히려 찾기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결국 정책적인 명제 앞에 서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라고 하는 것도,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 방법도 그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적인 접근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절대가치를 판단하는 문제였다면 이치를 따져서 결정하면 될 일이니 굳이 다수가 모여서 머리를 맞댈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논제 중 하나가 바로 영어 문제 아닌가 싶다.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결말이 나지 않았던 이 화두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정기 신입사원 공채 때부터 영어회화 능력이 부진한 사람은 면접시험에서 불합격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할 만큼 세계적인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에서 영어회화 능력을 점검하겠다는 결정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조기 영어학습이나 초등학교에서의 영어학습 확대 등으로 과민해져 있는 우리 사회에 이번에는 ‘영어로 말하기’ 숙제가 하나 더 던져진 셈이다. 때마침 미국 ETS(교육평가서비스)에서 주관하는 토익시험에 말하기와 작문 시험을 도입하려고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어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 실용적인 측면을 종전보다 강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영어만을 놓고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외국어가 영어뿐인가 하는 논의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삼성그룹의 결정 역시 비켜가지 못한 인상이다.

 

외국어를 두 개 아니 세 개 이상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별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굳이 외국인을 평생 만날 일이 없다 해도 외국어 학습에 시간을 투자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그 효율성에 있다. 비유로 말하자면 한문 선생님이 무서워서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다른 공부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삼성그룹에서 영어에 대한 비중을 높이게 되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어 있는 타 언어권 학습에 대한 기회를 더 앗아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