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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매니페스토' 운동

공약(公約)이란 정당과 입후보자가 소속 정당의 정책과 개인적인 소신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공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공약은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며 책임정치의 요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공약은 선거 때만 난리를 피우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폐기처분되기 일쑤다. 그래서 공약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정치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공약(空約)은 애당초 지킬 가능성이나 의사가 없는 사기성 공약이 있는가 하면, 당시에는 지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후에 상황이 변하여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공약도 있다. 후자는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꼭 비난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키지 않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다. 거짓말을 하려면 엄청 큰 거짓말을 해야 긴가민가 유권자들이 속는다는 심리학자들의 말을 믿고 그럴싸하게 꾸며서 혹세무민하는 것이 계량할 수 없는 해악을 끼치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 입후보자가 내건 공약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당선이 급하니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야겠고 사정이 급하다보니 최대한 뻥튀기를 해놓았는데 무슨 수로 그 많은 공약을 다 지키겠는가. 아마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공약이 모두 지켜졌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미국을 능가하는 초일류국가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공약(空約)을 쏟아놓는 입후보자들을 탓하기에 앞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유권자들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 급하다는 얘기다.

 

5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학계·언론계를 중심으로 '매니페스토'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확실하게 추진하여 선거의 격을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니페스토운동은 실천불가능하거나 추상적인 공약을 지양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공약을 우선순위와 예산까지 적시해서 철저히 검증받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선진 민주국가인 영국에서 170년 전에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 2003년 일본 지방선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가 있다. 거듭 원하거니와 부디 이 운동이 성공을 거둬 다음 선거부터는 어중이 떠중이 모두 나와 설치는 꼴 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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