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도 이제 묘지 아파트격인 납골당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어, 묘지용 토지 구입에 대한 걱정은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지 않나 싶다.
좁은 땅의 효율성을 살리려면 미국 하와이 국립 묘지의 경우처럼 관을 길이로 세워서 묻어야 한다는(立棺) 묘지 학설의 응용으로 나온 것이 납골당이었고, 일본만 해도 이미 오래 전에 부설됐다.
고대인들도 이런 사정을 예지(豫知)했음인지 시체를 구부려 묻는 굴장(屈葬)제도, 일족(一族)의 시체를 하나의 분묘에 묻는 추장(追葬)제도에, 부족 전체를 한 장소에 묻는 군장(群葬)제도까지 활용할 줄도 알았다. 이른바 합장(合葬)제도가 그것이다.
합장이란 죽은 두 사람을 한 무덤에 매장하는 제도로 우리 나라의 경우 대개 부부를 한 무덤에 매장하는 것이 상례이며, 이 때 남편의 관은 오른쪽에, 아내의 관은 왼쪽에 둔다. 또한 합장은 초취(初娶) 부인에 한했고, 죽어서 먼저 매장한 망인(부 또는 모)과 합장할 때는 무덤을 허물기 전에 고사(告辭)를 올린 다음 묘역에 착수 한다.
그런데 ‘장지는 ○○리 선영(先塋)’이라는 문투로 신문에 나는 부고란을 보면 아뿔사 어느새 이 땅에도 부자(父子)합장, 조손(祖孫)합장 시대가 도래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영(先塋)이란 말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무덤’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지가 그냥 ‘선영’이라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무덤에 합장한다는 뜻이 된다.
선조의 무덤 아래 묻히는 단장(單葬)이요, 선산(先山)이 있는 경우 증조부→조부→부(父)의 순서로 층층이 아래로 묻히게 되는 것이 전통적인 묘지 관례임을 생각할 때 장지는 분명 ‘선영하(先塋下)’라 써야 할 것이다.
선조(先組)의 무덤구멍 아래에 묻힌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