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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지 않은 길 - 이경재

노란 숲 속에 두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네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이다. 시에 나오는 길은 인생행로와 운명을 함축하는 상징어이다.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 낯선 것에 대한 선택, 인생의 고뇌가 묻어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이 시를 인용하면서 "가지 않은 길은 늘 낯설고 때론 위험하고 나중에는 후회도 하는 길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6년 동안 시민운동만 해오다 정치변신을 꾀하는 그에게 딱 들어맞는 시다. 이석연 변호사는 어떨까. 94년 경실련 참여 이후 시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얼마전 법제처장을 지낸 뒤 정치변신을 꾀하는 그 역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또 한사람이다.

 

두 사람은 각각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를 이끄는 시민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본 탓일까. 여의도식 정치에 선을 그어왔던 그들이 태도를 바꿔 서울시장 쪽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은 입당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며 으름짱을 놓는다.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변화에 인색하다. 편한 길, 이익이 극대화되는 길로만 가려 하고 있다.

 

서울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선 전북의 정치권도 재편돼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인, 할만큼 한 정치인, 식상한 정치인이 그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반면 참신하고 역량 있는 많은 이들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신화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안철수 신드롬이 대권주자와 기라성 같은 정치인을 모두 우습게 만들어 버린 것처럼.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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