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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전(停電)과 약탈 - 장세균

 

지난번 5시간의 정전(停電)사고는 전기(電氣)에대한 근본적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전기가 없는 현대사회를 상상할 수가 없다. 현대사회는 전기를 먹고사는 사회이다. 우리는 풍부한 전기 공급으로 전기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한다. 전기가 끊기면 우선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취사용 난방가스는 3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공급이 중단된다.

 

전기가 끊기면 가로등이나 신호등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도로기능과 교통도 마비된다. 백화점이나 편의점도 타격을 받게되고 특히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는 작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정전이 되면 자동차는 연료가 있는 동안은 운행이 가능하지만 주유소에서 기름을 공급받을 수 없다. 주유소 주유기가 기름탱크에서 기름을 퍼올리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12신고센터도 정전 24시간이 지나면 운영시스템이 무너진다고 한다.

 

그리고 장시간의 정전사고는 약탈사건을 야기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처럼 경제적 불안과 대량 실업으로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장시간의 정전사고는 어떤 식의 치안문제를 일으킬 지 모를 일이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도 얼마전에 폭동과 더불어 약탈사건이 일어난 것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장시간의 정전사고와 약탈사건이라 하면 1977년 7월 13일 밤에 발생한 미국 뉴욕시의 25시간 정전사고이다. 그 당시 뉴욕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웨스트 체스터 카운티의 콘 에디슨 발전소에 낙뢰가 떨어져 장시간의 정전사고를 일으켰는데 이 정전으로 인해 뉴욕시는 밤새 암흑의 도시로 변했고 시내의 상점 1700여 곳이 약탈을 당했다고 한다.

 

이 당시 경찰에 체포된 인원이 무려 3000여명이었으며 이런 대규모의 약탈사건으로 인한 재산 피해액이 1억 5000만 달러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에이브러햄 빔은 장시간의 정전 사태가 일어났던 날을 가르켜 " 공포의 밤"이었다고 불렀다. 그 당시 800만 뉴욕 시민들은 공포속에서 긴밤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전기가 끊겨 불꺼진 도시는 인간의 악성(惡性)을 자극하여 다수인(多數人)을 도시의 약탈자로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래서도 정전은 무서운 것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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