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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書院)의 재발견

한국의 서원(書院)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신청한 조선 시대의 대표적 서원 9개를 엮은 '한국의 서원' 등재가 확정된 덕분이다.

 

조선 시대 유교 문화의 거점인 서원과 향교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자 유교 성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향교가 유림이 운영하는 공립학교라면, 서원은 문중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랄 수 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성리학이란 일관된 가치관이 있었다면, 서원은 그 참교육의 장을 지향하며 자연 속에서 도를 추구했던 선비문화의 요람이었다. 선비들이 우주와 인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마음을 닦아 군자되기를 희구하던 성리학의 배움터이자 지성들의 집회 장소였던 서원은 또한, 서적과 판본의 유통과 확산의 중심 공간이기도 했다.

 

서원은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건물들이 소박 간결한 유교적 건축미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한국 특유의 공간유형과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한 전역에는 700여 개의 서원이 남아 있다. 거의 대부분은 해방 후 복원 된 것들이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은 서원이 당쟁과 민폐의 뿌리가 됐다하여 철폐 조치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서원이 훼손되거나 없어지고, 47개의 서원만이 살아남았다.

 

이번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9개 서원은 정읍의 무성서원을 비롯해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의 도동서원, 함양의 남계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장성의 필암서원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건축물의 형태가 특히 잘 보존·관리되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들이다. 얼마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서원을 단순히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공간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죽은 전통으로서가 아니라 유교 문화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가치를 주목하자는 것이다.

 

실제 오늘날 서원은 대부분 박제된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다. 물론 오래전에 서원의 가치를 주목한 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선비문화교육과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곳도 있다. 안동의 도산서원이나 영주의 소수서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에게도 역사적 의미가 돋보이는 훌륭한 유산 '무성서원'이 있다. 그러나 도산서원이나 소수서원처럼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공간으로는 아직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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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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