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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숭례문은 대한민국 국보 1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숭례문의 국보 1호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어 왔고 지정번호 또한 가치의 우선순위와는 관계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찌됐든 숭례문은 한 국가의 수도,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 남아 있는 목조건물의 원형으로서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런 숭례문의 태생을 들여다보면 비루하기 짝이 없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숭례문과 흥인지문(동대문)을 조선고적 1호와 2호로 지정했다. 그 배경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혜문 스님(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왜군 선봉장인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가 두 문을 통해 한양성에 입성한 기록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숭례문은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됐다. 서울 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실제 태조 4년인 1395년에 시작해 3년여 만에 완공했다는 숭례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도 불에 타지 않았다. 전란 속에서도 의연히 살아남았다는 대견함(?)이 숭례문의 가장 큰 족적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국보 1호의 자격을 논하기에는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보 1호’의 변경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숭례문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부실 복구다. 조선시대 양란을 거치면서도 의연했던 숭례문은 2008년 화재로 그 원형을 잃었다. 이후 복원에 들어간 숭례문은 지난 5월, 전통공법의 양식을 온전히 담아 복구했다는 형상으로 그 자리에 섰다. 5년여 만이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부실 복구 파문이 일고 있다. 단청은 벗겨지고 기둥은 갈라지고 뒤틀리는 행색이 원인이다. 전통공법의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고,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문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부실 복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듯도 싶다. 숭례문 복구공사 예산은 242억 원. 그중 자재비가 14억 원인데 그것도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목재 예산은 2억 3000만 원, 단청 안료비도 1억이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친다. 이에 비해 홍보사업비는 24억 원이고 주변정비에 더 큰 예산이 들어갔다. 주객이 바뀌어도 한참 바뀐 형국이다. 점입가경, 숭례문 부실복구 책임으로 변영섭문화재청장이 경질되더니 숭례문 단청 복구를 지휘한 단청장이 자격증 불법대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파문이 심상치 않다.

 

숭례문의 위기는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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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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