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8:45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코카시즘 마녀사냥 피하는 길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감금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태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정부가 나서서 국회의원을 4명이나 낸 정당을 강제로 해산하려 하는데도 나는 침묵하고 있다. 그 정당 소속도 아니고 그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려 밀어붙일 때에도 나는 애써 모르쇠 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조합원이 아니고 이제껏 약간은 비판적 입장에 서있기도 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교수노조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빨갱이 이석기 변호하려면 북한으로 가라!”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사실 변 관심이 없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드러난 그의 행적을 썩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대학에서 마르크스 자본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을 강의하던 강사가 한 수강생에 의해 국가정보원에 간첩 좌익사범으로 신고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움찔하기는 했지만 또 침묵의 반응을 계속 견지했다. 나는 영시와 그 배경으로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니까!

 

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코카시즘’(한국적 매카시즘) 광풍!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민주화 되었다고 안심하며 손 놓고 있었던 것도 뼈아픈 착각이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나 이를 삶의 당연한 조건이요 권리로 여기는, 그래서 그것이 훼손될 경우 분연히 떨쳐 일어날 민주화 세력이 다 사라져버린 듯 막무가내로 날뛰는 저들이야 말로 매우 치명적인 패착을, 그것도 연속으로 두고 있는 것이라고.

 

스프링은 임계점까지만 움츠러들 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솟아오르게 되어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또 다시 그 첫 신호를 보내왔다. 초연한 듯 무심하고 게으른, 꼭 나 닮은 사람들 퍼뜩 정신 차리라고! 광풍의 마녀사냥,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는 것. 그 때 되어 두리번거리지 말고 지금 나서 함께 가라앉히자고!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