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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의 손가락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배출된 여성 대통령이고,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여성 지도자다.

 

여성들이 ‘유리천장’에 부딪쳐 절망하는 경우가 흔한 현대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유리천장’을 속시원히 깨부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개월째에 접어든 지금, 국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동안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어수선했는데, 이제는 아예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가 나왔다.

 

지난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사제들이 시국미사를 했다. 이날 박창신 원로신부가 강론을 통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는 국가 기관들이 부당하게 개입한 부정선거라며 “재임시에 국가정보원과 군과 모든 국가기관에서 대선에 개입하도록 해준 이명박 대통령은 구속수사하고, 그걸 이용한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신부는 정권의 종북몰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천안함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킬 만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예를 하나 듭니다. 독도는 어디 땅이에요? 우리 땅이죠?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와가지고 독도에서 훈련하면 우리 어떻게 해요?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돼요? 왜 대답이 없어요? 쏴버려야지. 안 쏘려면 대통령 거 뭐하러 있어요. 그러면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 그래 놓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하고 한 겁니다. 여러분 아십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부탁합니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 책임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말로. 책임져야 합니다.”

 

이 강론을 두고 보수쪽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박 신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평도에 포를 쏜 게 정당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종북몰이가 연평도 포격을 유도한 꼴이 됐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는 박 신부의 손가락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가 가리킨 달을 보고 있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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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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