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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호남

애정이 깊으면 증오도 그에 비례하는 걸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민심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60년 정통 야당이라는 민주당이 창당도 안된 ‘안철수 신당’한테 쩔쩔 매고 있다. 왜 하필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은 위력을 발휘하는가. 창당하면 과연 성공할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관심 사안이다.

 

안철수 신당 지지도는 작년 대선 전후부터 줄곧 민주당을 압도해 왔다. 가장 최근의 여론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12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11월25∼28일)에서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 물었더니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26%, 민주당 11%(통진당 1%, 의견유보 27%)로 나타났다. 호남에선 안철수 신당 35%, 민주당 28%였다.

 

이쯤 되면 안철수 신당은 제일 공략 대상지역으로 호남을 꼽을 수도 있겠다. 호남은 충청 정치권한테도 공격 받고 있다. 충청권 인구는 10월말 현재 호남보다 1만7129명이 더 많다. 인구가 많은데 국회의원 숫자가 호남보다 5명이나 적은 건 문제가 있다며 충청권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힘을 합쳐 선거구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세력 확장이다. 호남을 빗대며 인구에 걸맞는 사업, 예산, 장·차관을 배려하라고 정부를 다그치고 있다. 호남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어정쩡하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엔 난관이 따른다. 인물과 조직, 비전의 구체화 등 할 일이 많다. 미드필더가 전후방을 휘저어야 경기가 수월할 터인데 허리 역할을 해야 할 현역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중량감 있는 인물 영입도 여의치 않다.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라는 점도 흥행엔 좋은 여건이 아니다. 바람이 불지, 어떨지도 안갯속이다.

 

그렇다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민주당이 힐난할 일은 아니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힘을 받는 건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정치쇄신, 민생, 드러나 있는 현안들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심판이다.

 

“낡은 틀로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 밖에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안철수 의원은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있다. 안갯속에서 태산이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호남, 그런데도 민주당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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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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