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기증은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대표와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의 친분으로 이루어진 선물이었다. 20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운동을 지원해온 김 대표는 추운 겨울날, 길에서 떨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보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두 명의 스리랑카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의 딱한 처지를 살펴 일자리와 쉴곳을 마련해준 김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외로움을 나누었다. 스리랑카의 전통명절 행사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한 노동자가 스리랑카에 있는 작은아버지를 그 행사에 초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야당의원이었던 그의 작은아버지는 노동부장관으로 일하면서 스리랑카 젊은이들의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한국을 다녀간 뒤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얼마 전 재임에 성공한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이 그이다.
2004년 12월 쓰나미로 재난에 빠진 스리랑카에 정기적인 의료봉사와 지원활동까지 펼쳐온 김 대표를 라자팍세 대통령은 늘 국빈으로 환대했다. 하루는 감사의 표시라며 코끼리 선물을 제의해 김 대표를 놀라게(?) 했다. 물론 김 대표는 선뜻 받기 어려운 선물이어서 사양했는데, 우연히 서울동물원 코끼리가 노쇠하여 대가 끊길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암수 코끼리 한 쌍을 기증해달라는 부탁을 다시 받은 라자팍세 대통령은 기꺼이 보내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는 야당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켰다. 민간외교의 빛나는 결실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진출은 이제 20년을 넘어선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의 벽은 여전히 크고 높다. 길거리에 서있던 스리랑카노동자들에게 손 내밀어 안아준 인연으로 스리랑카의 ‘국빈’이 된 김 대표의 이야기는 그래서 울림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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