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5:47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월동주(吳越同舟)

관선 단체장 시절, 단체장들에게 국회의원은 하늘같은 존재였다. 그들에게 자칫 잘못 보였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랐다. 국회의원에게 깎듯이 할 수 밖에 없는 먹이사슬 구조 아래서 단체장은 확실한 ‘을’이었다.

 

1995년 기초·광역단체장을 모두 선거로 선출하면서 정치적 지형이 변했다. 그러나 선출직 단체장 시대에 들어와서도 전북지역 단체장들의 처지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온통 장악하고 있는 전북지역 정치 특성 때문에 선출직 후보들은 민주당 공천에 사활을 걸었다. 당연히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밉보인 후보들은 탈락하고, 뭔가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인물 대부분이 당의 공천권을 확보했다. 그들의 당선은 100%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전북지역 역대 단체장 중에서 고창 이호종, 김제 이건식, 정읍 강광 등 무소속 몇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당 쪽 공천자가 당선됐다. 무소속 출마했다가 곧바로 당에 복귀하는 단체장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익산 박경철, 김제 이건식, 완주 박성일, 진안 이항로, 장수 최용득, 임실 심민, 부안 김종규 등 7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했다. 역대 지방선거 최다 무소속 단체장이 탄생했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무소속 단체장이 대거 포진하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다. 1년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국가예산철이 됐는데 기초·광역단체장들의 국회와 중앙부처 상경활동 등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지사 움직임에도 불만인 듯한 분위기다.

 

국가예산 문제라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나 똑같은 마음자세로 임할 일이다. 서로 배려해야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도와가면서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오월동주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과거로 보면 최규성 의원과 이건식 시장, 이강래 의원과 최진영 시장, 강동원 의원과 이환주 시장, 김춘진 의원과 이강수 군수 등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돌았다. 요즘도 그런가.

 

어쨌든, 국회의원들이 협조가 잘 안된다며 단체장들을 비난하거나 서운해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회의원은 더 이상 단체장의 갑이 아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호 jhkim@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