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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진 도정'의 평판

“요즘엔 일할만 해요. 살맛 납니다.” ‘송하진 도정’이 들어선 뒤 어느 퇴직 공무원이 후배한테 안부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도청 공무원들이 이전에 비해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로 달라진 건 확연하다. 대개 권력을 새로 쥐게 되면 맨 처음 하는 일이 과거부정과 군기잡기다. 과거부정을 통해 집권 세력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조직의 군기를 매섭게 잡아 영을 세운다. 조선의 이성계 이래 어느 정권이나 그랬고 민선 이후 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였다. ‘송하진 도정’은 뻔하디 뻔한 이런 전철을 아직 밟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도청 전입 희망자들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전주시청 공무원들이 유별났다. 들리는 얘기로는, 김완주 전 도지사 밑에서 수업을 쌓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김완주 전 지사의 행정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인데 전시행정과 현장행정이 그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머리와 육체를 풀가동해야 할 실정이라면 공무원들이 죽을 맛이겠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이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청 전입 희망자가 많은 건 승진 자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려는 분위기 때문이다.

 

강현욱 김완주 두 도지사를 보필했던 이경옥 전 안전행정부 제2차관의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이 편하면 시민이 불편하고, 공무원이 불편하면 시민이 편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더라.” 부하 공무원을 존중하면서 큰 흐름만 잡고 일을 조직에 맡기는 스타일과, 업무를 수시로 챙기고 호통치며 조직을 장악해 끌고 가는 스타일의 두 전직 도지사를 비교한 언급이다. 어느 유형이 더 효율적인 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 살맛 나는 분위기로 느낀다면 뭔가 잘못돼 있다. 도민도 불편해 할 것 같다.

 

‘송하진 도정’이 조직개편에 이은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간부급에선 전주시청과 고려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코드인사는 불가피하지만 성과를 내는 게 문제다. 도청엔 손쉬운 일도 쥐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지시-이행만 따랐을 뿐 오랜 세월 ‘생각하는 행정’을 하지 않은 탓이겠다. 이젠 ‘창의 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남 따라서 하는 행정으론 경쟁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창의적인 도정’ 평판을 듣는다면 성공이겠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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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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