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0:5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농업인의 날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법정기념일이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토(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이 착안됐고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한 배경이다.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기념식 행사에다 축사 몇마디 한다고 해서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고취될 리 없다. 또 농업 분야 희생이 뻔한 FTA가 판치는 상황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들 허허로운 립서비스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

 

전북의 농가는 10만5880가구, 농가 인구는 25만8880명이다. 전북 전체 인구의 13%쯤 된다. 이중 전업농가가 57.8%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겸업농가다.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농가 중에도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 농가들이 있긴 있다. 김제 죽산에서는 90여필지를 짓는 농가도 있고 30필지, 50필지씩 짓는 농가도 많다. 30필지를 경작하면 단순 계산해서 소득이 1억5000만원쯤 된다. 하지만 이런 농가는 흔치 않다. 사실 농사 짓는 것만으로는 힘들고 수지도 맞지 않는 게 현실이다.

 

농촌마을은 적막하다. 동네마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 덮인 폐가가 수두룩하고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 출향인들은 어쩌다 고향을 찾아도 ‘인걸은 간 데 없고’ 을씨년스런 정서만 담아간다. 들녁의 농민들은 풍년이 돼도 걱정, 흉년이 돼도 걱정이다. 가격변동이 심하고 수입쌀의 공세 때문에 언제부턴가 기가 죽어 있다. 전북의 10만5000여 농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송하진 도정’은 이걸 살리겠다고 정책 공약화했다. ‘사람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보람 찾는 농민’이라는 이른바 ‘3락(樂) 농정’이 그것이다. 슬로건으로서야 손색이 없지만 결실로 이어지기엔 너무 버겁다. 농업정책이라는 게 자치단체 역량으론 한계가 있고 세계 경제시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농업 희생의 댓가로 제조업 수출이 덕 보는 장치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는 48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어제 한·중 FTA 타결 소식이 발표됐다. 하필이면 농업인의 날 하루 전이다. 이래 갖고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높아지겠는가. 허탈과 걱정이 쌓이는 농업인의 날이다.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재 kjlee@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