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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유재갑 담당관

전주시의 유재갑(54) 도시디자인 담당관이 의미 있는 책을 냈다. ‘전주를 이렇게 바꿔 놓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컬러 프린트로 만든 책인데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 창조경제의 실천 사례다. 개인 돈을 들여 딱 30권만 찍었다.

 

전주를 한 차원 높은 고품격 도시로 업그레이드 시킨 사례들이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들로 엮어졌다. 길에 예술과 문화를 입힌 특화거리, 영화의 거리, 동문예술거리, 전주부성 골목길, 한글테마거리, 최근 완공된 아중리 수변길, 청소년 문화광장, 풍남문·서학·노송천·덕진시민광장, 교동 자만마을 벽화, 노송동 천사마을 벽화, 동서학동 산성마을 벽화 등등.

 

전주가 촌 티를 벗은 것은 도시디자인과 경관조성 덕분이다.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주인공이 유재갑 담당관이다. 그는 서울 사람이다.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LG전자가 우리나라 최초로 영국 더블린에 설립한 유럽디자인센터와 LG디자인연구소에서 실력을 닦았다. ‘디자인 중심’이라는 회사를 경영할 때는 조선일보 섹션신문과 SBS 드라마 및 뉴스를 디자인했다. 휴맥스 디자인마케팅 총괄 부문장 때 교통사고를 당한 뒤 2008년 5월 전주시 디자인 관련 개방직 공모에 응한 것이 진로를 바꾼 계기다.

 

그는 전주시청 조직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괴짜로 통한다. 관행을 인정치 않고 타협을 모르는 고집 때문이다. 관행과 싸우고 업자들한테 놀아나는 공직 풍토와 전쟁을 벌인 공무원이었으니 이런 개성으로는 자기 앞에 큰 감 놓으려는 이기적인 조직문화에서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자신의 개방직 자리를 노리고 직원들이 이간질하고 매도할 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 담당관은 “혼자 너무 힘들었다. 나 보호 차원에서 책을 만들었다. 이제 소리 없이 떠나려 한다.”고 했다. 전북도청과 정부 부처 몇곳, 지인 몇사람한테만 책을 보냈다. 책은 자신의 증표다. 이것마저 없으면 성과를 매도당할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전주는 이제 기억되는 도시가 아니라 오래 기억해야 할 우리의 삶이다.…미흡하나마 하나의 그림을 그려놓았으니 이 그림에 색을 입히고 향기를 수 놓는 일은 오로지 전주시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에필로그 일부 글이다. 막걸리 한잔 사리다. 유재갑 홧팅! ·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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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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