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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는 괴물(?)

지역감정이란 건 해방 이후 얼마동안까지도 없었다. 목포 출신의 김대중이 1961년 강원도 인제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 같으면 목포 출신이 강원에서, 강원 출신이 목포에서 당선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늘날의 지역감정은 정치적 이익을 얻는 세력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생겨났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타난 것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때다.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스승으로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효상이 당시 대구유세에서 “전라도에 정권을 넘겨서야 되겠는가?”라고 연설한 것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효시이다. 야당인 신민당의 김대중이 예상을 뒤엎고 파란을 일으키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영남 결집을 촉구한 것이다.

 

이효상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유는 딱 한가지, 영남사람이 호남사람보다 ‘쪽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황해도 평산 출신의 이승만이나 충남 아산 출신의 윤보선, 인천 출신의 장면 등은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않았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집권 공화당의 지역감정 편승 전략은 민정당과 민자당이 충실히 계승했고 이후에도 보수정당은 그 테두리 안에 갇혀 있다.

 

정치적 이익에서 비롯된 지역감정이 국민의식에까지 투영돼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불행이다. 최근 어느 채용정보 인터넷사이트에 실린 ‘전라도(본적) 지원 불가’라는 지역차별적 채용공고가 그것이다. 이 업체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남영공업’이라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다. 연 매출액이 4000억 원에 이르고 직원 수도 700여명에 달하는 중견 기업이다. 완주 현대차와 광주 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벤더가 전라도 사람은 아예 지원하지 말라고 하니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업체는 채용대행사의 신입사원 잘못으로 떠넘긴 모양이다. 일개 신입사원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나던 소도 웃을 일이다. 사실이라면 신입사원은 왜 ‘전라도 사람 지원 불가’라는 조건을 달았을까. 전라도는 괴물인가? 여간 찜찜하지 않다.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돼선 안된다. 성명 내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원인을 규명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쓰레기보다 못한 지역감정이 아무렇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조장되는 현상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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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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