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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연말이면 어김없이 보내오는 선물이 있다. 판화달력이다. 새해 달력을 받으면 ‘한해가 다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마음 황망해지지만 한편으로는 한해를 뒤돌아보게 하는 일깨움을 주니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마음 선하게 하는 아름다운 달력이 왔다. 판화작품이 실린 이 달력은 본래 기능으로 보다는 예술품으로서의 기능이 더 돋보인다. 매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세상의 풍경을 안고 찾아오는 새로운 판화가 신선한 의미로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달력은 일상에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 달력의 존재는 미미하다. 탁상용 달력은 아직 쓰임이 있어 환영받지만 벽걸이용 달력은 쓰임과 기능의 가치가 확연히 달라졌다.

 

사실 달력 시장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경기가 좋으면 달력 제작이 활발해지고 경기가 안 좋으면 금세 제작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지역의 작은 인쇄소들까지도 매일 수천 부씩 제작해야했던 연말 달력 시장의 분주함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한 지역인쇄소 이야기로는 4-5년 사이 달력 제작 물량은 더 큰 폭으로 줄어 예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양을 수주받는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달력이 장식품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얻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이다. 생활용품이면서 대중적인 예술품이 되기도 하는 달력은 덕분에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을 꽤 오래전부터 품게 됐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을 책으로 엮어낸 농사꾼 장영란 김광화씨 부부는 달력을 직접 만든다. 매월 말일이 가까워지면 농사짓기에 필요한 정보(시기)를 담은 날짜를 배열하고 시절에 맞는 곡식꽃을 그려 새 달력을 제작하는 형식이다. 소소한 즐거움이 크기도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짓듯이 가족들의 일상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달력을 만들어놓아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달력(calendar)’은 라틴어 ‘칼렌다리움(calendarium)’에서 유래되었다. ‘흥미 있는 기록’ ‘회계 장부’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제관이 초승달이 뜨면 피리를 불어 월초임을 알렸는데, 밤을 밝혀주는 초승달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탁상 위 달력에 12월 한 장이 남았다. 이즈음이면 마음 번잡해지기 마련이다. 달력의 쓰임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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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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