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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꾸러미

40∼50대 이상 장·노년층 대부분은 짚으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계란 꾸러미를 기억한다. 지푸라기 한 움큼을 왼손으로 잡고 그 아랫부분의 지저분한 검불을 오른 손가락으로 훑어낸다. 잘 다듬은 짚을 가지런히 한 뒤 한쪽을 두 올 정도의 짚풀로 묶은 다음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계란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계란 10개가 올려지면 반대편과 몸체 중간 중간을 짚풀로 잘 묶어 마감한다. 정성이 담긴 계란 한 줄이다.

 

집안이나 이웃 경조사에 이 계란 꾸러미를 전달하는 가정이 많았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쌀 반 되나 한 되쯤을 포자기에 담아 정성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친인척간, 이웃간 정이 그렇게 오갔다. 이제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는 사라졌다. 요즘 계란판은 종이 또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편리하고, 운반과 보관 측면에서 안전하다.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가 설 자리는 없다.

 

계란판이 대량 생산되는 것은 닭의 대량 사육과 관계있다. 한꺼번에 수천마리, 수만마리의 육계 또는 산란계를 키워내는 양계 농장이 번성하면서 계란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수수는 6,526만수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42개다. 우리나라 계란시장은 연간 120억 개, 1조 2000억 원 정도 시장이다. 계란을 둘러싼 전후방 연관산업 효과까지 고려하면 5∼6조원 시장 가치를 갖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란을 짚으로 싸서 유통시킬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계란은 생산량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예나 지금이나 계란 후라이,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황태 해장국은 국민식품이다. 계란말이가 들어가지 않은 김밥이 없다. 하지만 계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계란의 가치, 인심도 예전만 못하다. 서민들의 부의용품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

 

얼마 전 개그맨 정준하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톱스타 연예인이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 2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며 “친한 사람인데 깜짝 놀랐다. 그럼 ‘이만’보자는 건가”라고 말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축의금 2만원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그는 곧바로 “분위기 전환 목적에서 재미있자고 한 얘기가 오해를 불렀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조의든 축의든 부조 행위는 정성이다. 부조금 봉투에 든 액수가 중요한 사람은 뇌물을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끊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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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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