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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신시대

지난해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 무대’행사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한 대학생이 물음을 던졌다. “청년 실신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김 대표는 이에 “제가 20대 때는 우리 사회가 급성장하던 때라 청년들이 취업 걱정을 전혀 안 했습니다. 저는 재밌게 보냈습니다”고 전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저희에게 참 힘이 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라며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신조어가 청년 실신시대다. 과도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안돼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실업자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실상을 일컫는다.

 

한 취업 포털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20~30대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사회 진출 전 평균 1564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936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67%나 늘어났다. 이들 가운데 12.6%는 신용불량자가 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고도 제때 갚지 못하는 대학생이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에서 30%대의 고금리로 빌려 쓴 학생들도 7만 명이나 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전락한 대학생이 4만 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이 6671명에 달했다. 지난 2012년 6809명을 기록한 이후 2013년 6098명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년 6000명이 넘는 피 끓는 청춘들이 자신들의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인생의 낙오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지난해 20대 청년 실업률은 9.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올 1월 들어서는 9.2%로 올라갔다. 60만 명이 넘는 아르바이트 학생 등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한다. 체감 청년실업자수도 107만명이나 된다.

 

청년 실업은 개인 차원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자 국가적인 과제다. 10대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은 유보금만 540조원으로 내부 유보율이 1700%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유보율은 무려 1만9000%에 달한다.

 

이제 국가와 자치단체, 기업들이 팔 걷고 나서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창출에 올인 해야한다. 그래서 꿈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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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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