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오는 지점은 달력에서 알수 있다. 2월 4일이 입춘이었고, 19일은 우수였다. 3월 6일은 경칩이었고, 불과 엿새 전이 춘분이었다.
신석정 시인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이렇게 읊었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봄은 훌쩍 우리 곁으로 왔고, 농부들은 논이며 밭에서 농사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많은데다 건조 주의보까지 내려진 강원도에서 소양강댐 물이 급격히 줄어 비상이 걸렸다고 하지만, 파란 하늘에 옅은 흰구름만 떠다니는 이 좋은 날씨에 산행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봄은 화사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계절인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전역에 건조 주의보가 내려지고, 산불이 곳곳에서 보고된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농부 등의 부주의한 논밭두렁 태우기가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불길이 마른 풀과 교목을 타고 무섭게 치솟는 중에 매케한 연기가 마치 짙은 황사처럼 하늘을 뒤덮는다. 방독면이라도 착용해야 할 지경이다.
지난 24일 장수군 산서면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나 산림과 과수원, 묘지 등 0.6㏊를 태웠다. 9일에는 완주군 상관에서 산불이 나 소방헬기까지 동원된 작업끝에 3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이처럼 산불이 잦은 봄철에는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멀리 검은 연기가 탐지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야 한다. 자치단체마다 산불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 인근의 잡풀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300여건의 산불이 발생, 600㏊ 이상의 임야를 태워 없앴다. 거목이 사라지고, 동물들도 큰 피해를 본다. 건조한 봄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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