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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사람들은 평균 8분에 1번씩, 하루에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만 전 캘리포니아 의과대 교수의 연구결과다. 물론 이 거짓말 속에는 우리가 의례적으로 나누는 인사말부터 타인을 배려한 선의의 거짓말과 위장된 표정·태도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4살짜리는 2시간에 한 번꼴로, 6살 아이는 90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한다는 게 캐나다 워털루대학 연구팀의 연구 보고서다. 아이들은 10살까지 거짓말하는 횟수가 증가하다 이후 차츰 줄어든다고 한다. 10살이 넘으면 거짓말하다 들켰을 때 뒤따르는 문제점을 알기 때문에 거짓말하는 빈도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오래 굴리면 굴릴수록 커진다”고 설파했다. 한 번 거짓말을 내뱉으면 그 거짓말을 합리화 하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결국은 자신의 거짓말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파멸을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그랬다. 그는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공작반을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워싱턴 포스트 등 몇몇 언론에서 사건의 진실을 알렸지만 당시 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닉슨은 역대 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처음엔 모든 것을 부인했던 닉슨이 1년 만에 사건을 처음 시인했다. 충성스런 부하들이 ‘자신은 모르게 한 일’이라고. 그러나 입막음용으로 백악관에서 돈을 주었다는 딘 보좌관의 폭로에 닉슨은 “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를 승인하지는 않았다”며 세 번째 거짓말을 했다. 법원은 자동으로 녹음되는 대통령 집무실의 녹음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닉슨은 대통령 특권을 내세워 거부했다. 하지만 여론에 밀려 녹음테이프를 제출했으나 18분간의 분량이 지워졌었고 이를 우연한 실수라고 네 번째 거짓말을 했다가 결국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요즘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꼭 닉슨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처음엔 “만난 적이 없다.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일면식도 없다”고 강력 부인했지만 거짓말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야당의원의 계속되는 말바꾸기 지적에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냈다.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몇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있으나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링컨 대통령의 말을 뼈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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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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