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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귀환

‘골목길’이 도시를 살려내고 있다. 대구의 ‘근대골목’이 그 증거다. ‘근대골목’이란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적어도 대구의 구도심에서는 지역의 근대사를 이야기로 담아낸 근대골목의 존재가 빛난다. 대구 중구는 역사적 전통과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몇 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도시의 구도심 거개가 그렇듯 대구 중구 역시 근대자산들은 방치되고 공동화된 거리는 활기를 잃었다. 2000년대 중반 새로운 작업이 더해졌다. ‘일상장소 문화공간화사업’과 ‘근대문화공간디자인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구도심의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은 꽤 이름난 상품이 된 ‘대구 근대골목투어’는 그 결실이다. 대구근대골목투어는 2008년에 시작됐다. 첫해 방문객은 300명이 채 안됐지만 6년만인 지난해에는 근래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김광석 길 방문객까지 67만 명이 찾았다는 통계가 있다. 놀라운 변화다. 중요한 것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골목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다.

 

근대문화골목길은 1.64㎞, 2시간 정도 걷는 거리다. 골목투어에는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다. 근대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요절한 가수 김광석을 추모하는 ‘김광석 거리’에 관심이 쓸리고 있는 덕분이다. 2010년에 조성된 이 거리는 350미터에 이르는 길지 않은 길이다.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이야기로 입힌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은 통행로로서의 기능에 그쳤을 골목길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어놓았다. 거리를 끼고 있는 방천시장은 찾아오는 방문객들 덕분에 활기를 띤다. 지역주민들이 반가워하는 이유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광 목적만 앞세워 방문객수에만 집중하다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상업화로의 변질이다.

 

우리 지역에도 아름다운 골목길이 많이 있다. 5-6년 전, 전주 한옥마을도 적잖은 골목길이 살아 있었다. 한옥마을은 그 골목길들로 인해 더 아름다운 마을로 기억됐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좁디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담장과 담장이 어깨를 맞댄 틈 사이에 또 다른 골목길이 놓여있던 공간. 그 골목길을 걷다보면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이집 저집 대문도 담장도 쳐다보며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옥마을 골목길의 대부분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골목길의 존재는 그렇게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아 있는 골목길의 존재도 위태롭다. 다른 도시의 ‘골목길 귀환’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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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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