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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의 미귀(未歸)

수형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연간 2000만 원대에 이른다. 9급 공무원에 맞먹는 비용이다. 이를 빗대 교도관들 사이에서는 재소자를 ‘10급 공무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가 녹을 먹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국가 녹을 먹는것도 팔자를 타고 나야 한다고 한다. 팔자에 없으면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 나가, 국가 녹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다.

 

무기형을 선고 받고 징역살이를 하는 죄수가 무기수(無期囚)다. 그들에겐 희망이 없을 것 같다. 절망에 빠져 고통스럽게 죄값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목표를 세워 열심히 노력하는 수형자들도 있다. 징역을 살면서 화장지 제조공장 같은 자립형 공장에 취업하면 매월 25∼30만원, 최고 45만원까지도 번다. 전공을 살려 공부하는 수형자들도 있다.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무기수 신창원은 독학사(獨學士) 준비를 하고 있다. 독학 학위 규정에 따라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는 학사학위다.

 

한때 모범수 생활을 한 무기수는 20년 형으로 감형 받기도 했다. 만기 1∼2년을 앞두고 가석방되는 수형자들도 있었지만 지금 이 제도는 없어졌다고 한다. 다만 교정성적이 우수한 수형자에게는 귀휴(歸休)가 주어진다.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심사를 거쳐 수형자에게 잠시 휴가를 주는 제도다.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하고 무기수의 경우에는 7년이 지나야 한다.

 

전주교도소에 수감중이던 무기수 홍승만씨(47)가 지난 17일 고향인 경기도 하남으로 4박5일 귀휴를 나간 뒤 오리무중이다. 한달 전 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귀휴를 신청했고 영치금 300만원 정도를 챙겨 친형과 함께 고향으로 떠났다. 펜팔로 알게 된 여성에게 혼인신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가석방을 노리고 혼인을 제안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996년 강도살인죄로 수감돼 19년째 복역했고 행형은 모범적이었다고 한다.

 

미귀(未歸)가 장기화되자 직원을 따라 붙이는 이른바 ‘대동귀휴’를 하지 않은 걸 꼬집기도 한다. 그렇다고 귀휴 탓만 할 건 아니다.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모범적 수감생활을 하면 희망이 있다는 제도적 장치도 차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살만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절망에 빠지게 되고 절망에 빠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지금 이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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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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