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나마 인적 쇄신기준을 제시한 건 조 교수가 처음이다. 혁신위원에 포함된 조 교수는 물론 혁신위원 대부분이 개혁성이 강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긴 해도 뭔가 꺼림칙하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없는 탓이다. ‘호남 현역의원 40% 물갈이’나 ‘4선 이상 중진의원 용퇴’ 주장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지 언정 객관적 논거가 약하다.
총선 때마다 공천 홍역을 치르는 건 시스템화된 룰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였다. 공천은 사천(私薦)이 됐고 뇌물이 오갔다. 자기 사람 심기도 횡행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강철규 당시 우석대 총장은 “휴식기간이 필요하다”며 공천심사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힘 있는 정치권의 외압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최근 인적 구성을 마치고 활동에 들어갔다. 보름마다 쇄신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쇄신의 백미는 결국 인적 쇄신일 것이다. 조국 교수의 지적처럼 국회의원 4선이면 단 한번도 하기 힘든 국회의원을 16년이나 했다는 것인데 물러날 법도 한 세월이다. 16년이면 강산이 아니라 세상이 바뀔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기간이다. 글로벌 지식경제시대를 따라가기도 벅차고 노회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다. 국회의원들한테는 언감생심이겠지만 ‘국회의원 3선, 민선 단체장 2선’으로 연임의 한계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싶다. 단체장 12년도 너무 긴 세월이다.
혁신위가 비중을 두고 할 일은 공천기준의 객관화 작업이다. 현역 국회의원 평가제와 전략공천 기준의 시스템화가 그것이다. 계량화된 평가결과를 토대로 인적 쇄신을 꾀하고, 신인도 일정 기준에 따라 발굴해 키우자는 뜻이다. 평가주체와 평가항목 등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다. 공천권을 계량화, 투명화하지 않는 한 정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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