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0:5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감염병과 인문학적 성찰

대한민국의 의료문화가 성찰의 대상이 됐다. ‘메르스’의 여파다. 국내에서는 자성이지만, 나라 밖에서는 비판과 질타의 성격이 더 짙다.

 

홍콩의 칼럼니스트 스쥔위(施君玉)는 자신의 칼럼에서 “신(新)SARS(메르스의 중화권 별칭)가 창궐하고 있는 한국 당국의 경솔한 발언”을 질타하면서 한국에 만연해있는 ‘병원쇼핑’과 온 가족이 간병하는 전통 문화를 감염을 퍼트린 ‘허점’으로 지적했다. 전통적인 간병문화까지 비판받는 현실이 유쾌하지 않지만, 달리 항변할 수도 없는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새삼 현대사회에서 감염병은 어떤 존재인가가 궁금해진다. <감염병과 인문학> 이라는 책을 기획해 펴낸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감염병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유해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그것도 종종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염병이 질병 중에서도 특별히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그의 해석은 오늘의 현실에 무섭게 적용되고 있다.

 

감염병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그의 글을 더 주목하게 되는 분석이 있다. ‘감염의 기능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등 본능적 차원에서의 반응을 일으키기가 일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병은 인간 정신 현상의 기본적인 성질과 구조, 즉, 진화적 특성을 음화 한다고 할 수 있다.’

 

감염병이 산다는 것의 의미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동시에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특별히 인문학적 성찰의 재료가 될 성분을 대폭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감염병의 성질과 존재를 고려한다면 감염병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은 일찌감치 시작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인문학적 성찰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사회가 성찰해야할 근본이 여기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문학이 화두가 된 시대, 감염병을 인문학적 성찰로 극복할 수 있을까. 날마다 감염의 전파력이 확산되고 있는 절박한 시점에서 지금 당장 그 답을 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감염병의 철학적 의미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것 ‘이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메르스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가족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격리시키는 오늘의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감염의 존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 바로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더불어 사는 삶’을 외면해온 대가가 너무 크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