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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기시감

익산 국토관리청의 역사는 장구하다. 정부 수립 1년 뒤인 1949년 5월 설치된 이리지방건설국이 모태다. 전북 전남 제주 등 3개 지역을 관할했다. 1962년엔 건설부 호남국토건설국으로 개편돼 충남 일부까지를 관할권에 두었다. 관할 지역이 너무 방대해지자 1975년에는 전북과 전남 국토관리청으로 분할됐지만 업무 효율성이 문제가 돼 6년 뒤인 1981년 다시 이리지방국토관리청으로 통합됐다. 익산 국토관리청은 명칭만 바뀌었을뿐 뿌리는 정부수립 당시의 기구에 바탕을 두고 있고, 통합조직으로서도 3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간직한 족보 있는 기구다.

 

그런데 익산 국토관리청 분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5개 국토관리청(서울, 원주, 대전, 부산, 익산)의 재정비 용역에서 익산청을 전북청과 광주청, 부산청을 부산청과 대구청으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도로망 확충과 하천 정비, 건설공사 관리, 재난 및 재해 업무 등 한 해 약 2조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이 조직이 전북, 전남·광주권으로 분리되면 전북은 껍데기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심리적 박탈감도 클 것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호남제일성, 호남제일문, 전라감사처럼 호남을 호령했던 상징성의 마지막 자존심 아닌가. 국토경쟁력과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많은 익산 국토관리청을 분리하는 건 또 하나의 전남·광주 예속 사례가 되고 말 것이다.

 

전북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선 건 당연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논평이나 성명, 결의문, 항의 전화 따위로는 언감생심이다. 주관 부처는 공교롭게도 도민들한테 ‘LH 상처’를 안겨준 국토부다. 국토부 장관이나 차관이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른바 ‘LH 기시감(旣視感)’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내부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 “전북도민들의 정서는 물론 정치적 문제 등 모든 것을 검토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유일호 국토부장관) 등등.

 

201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남 진주 이전 당시 정종환 국토부장관의 언행과 엇비슷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반발 무마용 수사(修辭)에 치중하면서 시간을 번 뒤 목적을 달성했던 바로 그 수법이다. LH, KTX에 이어 익산 국토청마저도 인접 지역에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꼴을 두 눈 뜬 채로 보고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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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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