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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TV 연속극의 단골 주제는 삼각관계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두 동성의 전쟁은 뭇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연속극을 내보내는 국내 방송사들은 이런 힘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전에 제작 완결한 드라마를 내보내는 시스템이 아닌 탓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관찰해 가면서 드라마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분량을 늘려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그러다보니 50회 분량 드라마가 40회에 일찍 막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늘어져 100회에 종영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게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인기를 이끌어 낸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는데, 엿가락처럼 늘어뜨려 시청자들을 혼들어대는 국내 상업 방송드라마 제작자들의 자존심이 상당히 구겨졌을 법 하다.

 

베스트셀러 소설 작품을 생산한 작가의 실력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 때 그 때 독자의 반응을 봐가며 글을 써 내려간 가벼움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대한 소설작품에는 인간사회의 진실이 펜을 통해 찍히는 점 하나, 그리고 단어와 행간의 곳곳에 아롱거리고, 혹은 그들 뒤에 숨어 진실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들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우주를 함축하고, 선정적이면서도 순결하다. 언제 다시 읽어도 마음에 울림을 준다. 세대를 뛰어넘어도 독자의 사랑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제헌국회 이래 이번이 20회 째다. 국가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일꾼, 선량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위대한 행사가 곧 총선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는 걸출하고 재능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

 

돌이켜보면, 20회의 총선이 모두 막장드라마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권자의 표를 둘러싸고 후보와 정당들이 벌이는 치정 드라마다. 고무신, 막걸리, 돈봉투, 투표함 바꿔치기, 회유, 협박, 거짓말, 전화선, 여론조작 등이 판치는 선거가 되풀이됐다. 찌질한 짓들이다. 후보의 도덕적 결함, 정치적 흠결이 지적돼도 선거기간에는 확인할 길이 거의 불가능하다. 후보의 정치 능력을 가늠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선거가 매번 되풀이 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13일간 유권자가 후보 검증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인물 투표가 아닌 선정적 정당투표가 됐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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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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