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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발 '화이부동'

‘사람을 대할 때 온통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아낌없이 그에게 주어야 한다. 온몸으로 받고 주어야 하며 그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의 결함이나 계략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능히 보면서 온몸으로 대하여 주고받으라는 말이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꾀하며 ‘화이부동’을 내세우며 한 말이다. 색깔이 전혀 다른 자민련과의 연대를 꺼리는 내부 지지자들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서다. 올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하며 3당 체제가 만들어지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화이부동’이 다시 인기 인용어로 등장했다.

 

‘화이부동’은 함께 하되 화합하지 못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반대말로, <논어> 에 나온다. 공자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게 군자며,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화목하지 못하는 걸 소인으로 보았다. 화이부동을 정치 덕목으로 여기고 실천한 분으로, 2009년 작고한 김제 출신의 조세형 전 국민회의 총재대행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고인은 DJ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96년부터 3년간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을 지내면서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고, 97년 대선 때는 DJP 공조를 이끌어내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의 토대를 닦은 숨은 주역이었다.

 

송하진 현 전북도지사도 ‘화이부동’을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 도지사 출마 당시 출판한 책 제목이 <화이부동> 이었다. 송 지사는 ‘화이부동’을 전주비빔밥에 비유하곤 한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가 제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맛을 이뤄내는 전주비빔밥처럼, 개성과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 정신이 연대와 배려, 나눔으로 대표되는 미래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며, 바로 그 ‘화이부동’의 땅인 전주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전북도간 엊그제 가진 정책간담회장에 큼지막하게 걸린 문구도 ‘화이부동’이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가 3당에서 나온 것을 의식한 슬로건으로 제격인 것 같다. 당선자들도 이날 각기 다른 당에 몸담지만 지역발전에 힘을 합치자고 다짐했다. 전북발 ‘화이부동’이 한국정치의 새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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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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