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26일, 전북대 A총장이 연구비 비리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그는 9월 1일자로 교수직도 상실했다. 비리 혐의 때문에 총장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총장 임용 직전의 신분인 교원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A씨는 연구비 수천만원을 빼돌려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사기)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
2005년 전북지역에서 터진 대학 연구비 편취 사건으로 20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무더기 기소됐는데, 총장이 연루된 전북대의 타격은 컸다. A총장은 2006년 1월과 5월에 열린 1심과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고, 그에 대한 비난과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전북대는 6월20일 총장 선거를 치렀고, B교수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총장 임용 결재는 떨어지지 않았고, 전북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B씨는 3개월 만인 9월 19일 자진 사퇴했다.
이후 10월25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서거석 교수가 총장에 당선, 그해 12월 14일 총장 임명을 받았다. 하지만 총장이 낀 교수들의 연구비 비리, 총장 직위해제, 교수직 박탈, 총장 당선자에 대한 부적합 논란과 사퇴, 재선거 등 일련의 사태로 전북대는 망신창이가 됐다.
비가 온 뒤 땅은 더 단단해 졌다. 그로부터 8년 후 전북대는 당시의 혼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안정됐고, 대학 경쟁력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있다. 그 비결은 지난 4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서거석 전 총장의 저서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 출판 기념회에서 주최측이 내놓은 찰스 다윈의 명언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총장이 된 서거석은 개혁을 선택 했다. 변화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변화 노력을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앞서 변화해야 할 대상은 교수였고, 연구가 게으른 교수는 재임용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에겐 푸짐한 당근을 제공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으면 영원히 장 맛을 볼 수 없다. 새벽 결제를 강행하며, 재임 8년간 단 한 번도 휴가를 쓰지 않으며 뛴 그에게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거목(巨木)이란 말이 있는데 서 총장은 거석(巨石) 아니냐’고 치켜세웠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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