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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남 정미소의 부활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계남마을의 오래된 정미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농촌의 정미소들이 그렇듯이 계남정미소 역시 제 기능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지 1년. 2004년부터 전국에 있는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5백여 곳을 기록으로 담은 사진작가 김지연 관장의 열정이 이곳에 닿았다. 오래된 정미소의 외형은 남루했으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라 이름 붙인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화려(?)했다.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도심도 아닌 농촌의 외진 곳에서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때로는 사적인 기억이 때로는 공적인 기억이 기획전시를 통해 교차되며 관객들을 만났다. 오래된 공간의 새로운 변신은 전국적으로도 주목을 받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던 김관장은 전주에서 마령을 오가며 꼭 여섯해동안 공동체 박물관을 지키고 일으켰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김 관장 혼자 감당해야하는 고단함이 쌓이면서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다. 다양한 통로를 모색하고, 개인적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사립박물관 등록을 추진했지만 공간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박물관 시설과 기능에 맞추어야하는 현실적 벽은 너무 높았다. 운영과 관리, 기획과 자료수집,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중되는 부담. 2012년 9월, 결국 계남정미소는 빗장을 걸었다. ‘잠정적 휴관’을 내세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김관장은 우연한 기회에 전주 서학동에 사진 전문 갤러리를 새롭게 열었다. 역시 혼자의 힘으로 이어가는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사진가와 예술인들이 김관장의 외로운 투쟁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역시 김관장의 무거운 짐은 휴관상태로 놓여있는 계남정미소였다.

 

지난 21일, 반가운 메일이 왔다. 2012년 9월30일 잠정적인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의 재개관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가 ‘신진작가들의 꿈을 깨워 벌인 일’이란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김관장의 바람이 닿은 셈이다.

 

“솔직히 저는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계남정미소라는 정체성에 맞는 일일까.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하는 나의 생각을 한 번에 날리는 젊은 기백과 열정이 꽃피울 것으로 기대합니다.”

 

계남정미소의 부활이 반갑다. 이제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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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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