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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과 명찰

 

얼마 전 고교 동창회 밴드에서 졸업기념 모임 관련 이벤트를 공모했다. 그 중 교복을 입고 고교 때 수학여행지를 다시 한 번 가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의 교복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나이든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나들이에 나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마는 30여년 전의 모습을 상상한 것만으로 즐거웠다. 몇 년 전 전주지역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어떤 분은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당선에 교복 효과가 있었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유권자들의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교복은 나이든 어른들에게 향수며 추억이다.

 

1980년대 초의 학교 민주화는 교복과 두발 자유화가 화두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중·고교마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김옥길 문교부 장관이 1980년 1월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지침이 나왔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1월 문교부가 발표한 교복자율화 조치에 따라 신학기부터 시범 실시된 후 다음해 신입생부터 중·고교 자유복 등교가 전면 시행됐다.

 

민주화운동 속에 탄생한 교복자율화 조치 이후 여학생들이 바지만 즐겨 입는다 해서 ‘치마입는 날’을 정하는 등의 웃지못할 일들이 뒤따랐다. 학생 일탈이 많아졌다는 등의 뉴스로 교복자율화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2년여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대부분 학교들이 다시 교복으로 돌아갔다.

 

그런 와중에도 교복에 붙인 명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교복에는 으레 사각모형의 명찰이 붙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전북교육청이 교복에 명찰을 고정식으로 붙이는 관행이 학생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일선 학교에 이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보호와 기본적 인권보장을 근거로 고정식 명찰 부착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전북지역 중고교의 39%가 이미 명찰 붙이기 자체를 없앴는 데도 학생과 명찰을 떼어놓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학생인권 성장의 상징이라면 기성세대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무슨 대수겠나.

 

교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중년 세대들이 교복을 그리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교복의 명찰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나올지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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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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