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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조건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공예 트렌드페어의 주제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이었다.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공예의 변신은 흥미로웠다. 그 중 주목받는 코너가 있었다.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가는 일본 몇몇 도시들의 ‘자생적 공방’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의 모델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부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전통공예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의 자생력과 장인들과 디자이너의 협업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 지역공예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전통의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조차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공예를 살리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지역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의 협업이다.

 

디자이너와 지역 장인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지역 장인들은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오리지널리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장인들은 동시대의 감각을 반영하는데 서투르다. 숙련된 감각은 있으나 감각이 부족한 장인들과 시대를 읽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폐단이다. 전통공예의 협업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다. 재능의 결합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의 결합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장인들이 앞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청소를 하고 치워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디자인을 주고 제작에만 장인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 장인의 존재는 미약해지고 애초의 목표인 공예 대중화도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공예의 재발견’을 기획했던 한국전통문화대학 최공호 교수도 ‘이런 협업이라면 허위적인 예술가 의식을 좇아가는 통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화두가 된 시대에서 전통공예가 갈 길은 험난하다.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다해도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의 산업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공예로 지역을 성장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 정점에는 ‘협업’의 미덕이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힘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협업의 성공이 서로 다른 영역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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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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